원전 멈췄어도 전력 남아도는 日…한국과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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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전력률 높은 일본 - 日 19%… 한국 5.8% 불과
국내는 발전소 100% 가동 중… 전력 더 생산할 방법 없어
日, 절전의 과학화·생활화 - 자가발전기로 공장 돌리고
전력 95% 줄인 자판기 등장… 공공장소 모여 에어컨 쐬기도
같은 날 일본 전기사업연합회 홈페이지의 전력수급 현황표. 도쿄(東京)전력 등 일본의 9개 전력회사 합계 상황이 실시간으로 뜬다. 이날 일본의 전력 최대 공급능력은 1억6928만㎾, 최대 전력수요는 오후 2시 1억3726만㎾였다. 최대수요 대비 전력 공급의 여유분(예비전력률)은 19%나 됐다.
◇일본, 전력대란은 없었다
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까. 한국전력거래소와 일본전력사업연합회에 따르면, 올 5월 기준으로 일본의 발전설비 총량은 2억520만㎾. 8일의 최대 전력수요와 비교하면 설비 여유분이 33%에 달한다.
일본은 올 5월 총 54기의 원전을 전부 가동 중단했다. 전체 발전 설비의 20%에 달하는 원자력발전이 통째로 없어진 셈인데도 전국적인 정전 등 비상사태는 없었다. 반면 한국은 현재 정비 중인 원전 2곳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발전소가 100% 가동되고 있다. 전력을 더 생산하려고 해도 생산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일본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 전체 예비전력률은 충분하지만, 전력 관할이 9개 지역 전력회사로 쪼개져 있고 각 전력회사들끼리 호환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특정 지역에서 전력부족 현상이 발생하면 다른 지역과 전력체계가 달라 비상상황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의 발전설비가 남아돈다고 해서 한국도 무작정 설비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설비가 너무 많은 것도 비효율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은 유사시에 원전 가동이 모두 중단되더라도 전력수급에 비상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절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이 정도로 전기가 남는데, 원전 왜 돌려야 하지"
당초 일본도 원전가동 중단으로 올 8월 예비전력률이 0.1%까지 떨어질 수 있으며 블랙아웃(대정전 사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54기 원전 중 2기를 재가동했다.
- ▲ 일본 오사카의 한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 네 대 가운데 두 대가 운행을 중단하고 멈춰 있다. 일본은 작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국적으로 절전대책을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
그 비결은 시설이 오래돼 운행정지에 들어갔던 화력발전소(273만㎾)를 비롯해 임시 비상발전설비(318만㎾), 기업체 자가발전설비(301만㎾), 양수발전(1967만㎾) 등 공급 여력을 총동원한 데다 국민들의 자발적 절전이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전의 '과학화·생활화' 덕도 크다. 도요타자동차는 자가발전기를 도입해 낮시간대에 가동하고 있다. 내부에서 쓰고 남은 전기는 인근 공장에도 공급한다. 공장용 로봇을 개량해 가동 로봇을 절반으로 줄였다. '전기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았던 자동판매기도 절전대상이다. 일본 코카콜라는 밤에 심야 전기로 냉장고를 돌린 후 냉기를 낮시간대까지 그대로 보존, 낮 소비전력을 95% 줄인 절전형 자판기로 교체했다. 기업들도 상당수가 기존 전구보다 최대 80% 절전 효과가 있는 LED(발광다이오드) 전구로 교체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대부분 기업은 10% 이상의 절전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시원하게 지낼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도 큰 인기다. 몸에 바르면 땀을 흡수해 주는 파우더, 물안개를 내뿜는 휴대용 선풍기, 목에 두르면 체온이 내려가는 스카프, 소형선풍기가 부착된 작업복 등이 대표적이다. 집 에어컨 쓰지 말고 공공장소에 모여 시원하게 여름을 보내자는 쿨셰어(cool share) 운동도 유행이다. 무조건 절전하라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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