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돈 번 건물주 "돈 벌려면 '남의 돈'으로…"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사이드 아미드 '플러그앤플레이' 설립자
-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bryu@mt.co.kr 입력 : 2012.09.03 06:00 조회 : 45129
페이팔, 구글, 로지텍, 그리고 ‘사이드킥 휴대전화’를 디자인했던 앤디 루빈의 데인저(Danger), 온라인쇼핑 마일로닷컴까지 시대를 풍미한 IT기업들이 바로 이곳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이들의 싹수를 보고 투자했던 이 건물의 주인은 떼돈을 벌었다. 이곳은 또 ‘창업가들의 오아시스’라고도 불린다. 지금도 이 건물주는 매년 300여개 입주 스타트업(초기기업)들이 비즈니스에 도전하고, 투자를 받고, 대기업에 매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를 배우러 오는 한국 인사들이 구글 캠퍼스 다음으로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 바로 실리콘밸리 창업인큐베이터 플러그앤플레이(Plug and Play)와 , 그 건물주인 사이드 아미드(Saeed Amid·52) 플러그앤플레이 CEO 이야기이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네트워크의 달인(consummate Networker)’이라고 말한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실리콘밸리의 마당발이자 큰손이다.
기자는 지난 달 22일 아미드 대표를 만나 그의 스토리와 IT 창업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외모와 다르게 나긋나긋한 언변과 대화에 대한 집중력이 네트워크의 달인다웠다. “페이스북 걷어찬 게 가장 후회, 소셜네트워크는 이제 시작일 뿐” 아미드 대표는 이란계 이민자이다. 1979년 이란혁명이 일어났을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의 부친은 실리콘밸리의 중심도시인 팔로알토에서 양탄자 가게를 열었는데, 그는 이 사업을 도우면서 동시에 플라스틱 생수사업을 시작했다. “생수 사업을 시작했을 때 바로 옆집이 그 유명한 로지텍(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주변기기 제조업체)이었죠. 사실 저는 IT에 대해서는 몰랐어요. 그런데 로지텍 창업가들과 양탄자 가게를 드나드는 동네 IT 사업가들과 어울리면서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는 양탄자와 생수로 번 돈으로 팔로알토 유니버시티 애비뉴의 2층짜리 건물을 120만 달러에 매입했고, 이제 막 창업한 IT 기업들에게 사무실을 임대했다. 첫 입주자가 바로 로지텍. 뒤이어 페이팔, 구글, 마일로닷컴이 줄줄이 입주했다. “위치가 워낙 좋았던 거죠. 스탠포드대와 1km밖에 안 떨어졌거든요. 구글이 처음 입주했을 때 6명이었는데 몇 달 후 30명으로 늘어났죠. 이중에 25명이 스탠포드 출신이었어요.” 그는 입주기업들에게 임대료를 적게 받는 대신, 투자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페이팔에서만 번 돈만 수십 억 원. 페이팔은 이베이에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매각됐는데, 그는 30배 이상 벌었다. 뉴욕타임스는 이 건물을 가리켜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운 좋은 건물’이라고 소개했다. “피터 씨엘(페이팔 창업자)이나 래리 페이지는 늘 자신만만했지요. 특히 구글은 타이밍이 좋았죠. 경기가 후퇴하기 시작할 무렵 창업 했는데 덕분에 좋은 인재를 데려올 수 있었죠. 2년만 일찍 시작했어도 힘들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IT 창업은 타이밍이 중요합니다.(1998년 창업한 구글은 1999년 이곳에 입주했다)” 그는 2006년 팔로알토 남쪽 서니베일에 필립스 반도체 공장이었던 5000여평의 부지도 매입해 정식으로 플러그앤플레이를 창업했다.
그래서 페이스북이 상장됐던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 상장에 합류하지 못한 가장 운 나쁜 사람’으로 그를 소개하기도 했다. 2005년 그는 당시 페이스북 사장이었던 션 파커로부터 5만달러(약 5600만원)의 주식 매입을 제안 받았는데, 그 가치가 지금은 5000만 달러(약 560억원)라는 것. “지금은 생각이 달라요. 많은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에 거품이 많다고 하지만, 저는 페이스북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요. 소셜네트워크는 이제야 비로소 소비자비즈니스에 뛰어들었거든요. 이제 곧 기업시장으로 진격할 겁니다. 미래는 밝아요. 더욱이 이번 인터넷 붐은 1990년대 버블 때와는 전혀 완전히 다르거든요.” 비록 페이스북을 놓쳤지만, 그의 자산은 벤처투자와 부동산사업, 생수사업 등으로 수 조원에 달한다. “돈 없어서 사업 못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플러그앤플레이가 어떤 곳이냐고 묻자 아미드 대표는 한마디로 “Silicon Valley in a box(실리콘밸리를 한 곳에 다 모았다)”라고 답했다. “실리콘밸리의 OS(운영체제)는 창업가,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탈, 멘토, 기업 등이 한데 어울려 돕고, 이익을 얻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늘, 그리고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죠. 저는 이 OS를 보다 극적으로 한데 모았습니다.” 이곳을 거쳐간 창업가들은 1000여명.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에 매각됐다. “수전 최가 2010년 이곳에 찾아왔던 기억이 나네요. (한국인인 수전 최는 NHN과 야후를 거쳐 실리콘밸리에서 ‘아웃스파크’라는 게임업체를 설립했다. 현지언론들도 비중 있게 그를 소개했다) 야후에서 번 돈으로 사업을 시작하려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얘기했죠. “너 돈만 투자해서 사업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죠. 스타트업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검증 받아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냐, 없냐’는 것입니다.” 그는 “(기자와 만난 날) 오후에도 2개의 스타트업을 세콰이어펀드 파트너에게 소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세콰이어펀드는 실리콘밸리에서도 가장 큰 벤처캐피탈이다. 플러그앤플레이는 일단 월 500달러 임대료를 내면 심사를 거쳐 입주할 수 있다. 입주 후에는 인터넷, 카페테리아 등 모든 업무환경이 제공된다. 밥 먹으러 멀리 나갈 필요도 없고, 전화 한 통화면 모든 민원이 해결된다. 하지만 이런 물리적 환경보다 더 중요한 핵심은 끊임없는 네트워크. 플러그앤플레이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커뮤니티이다. 입주 창업가들이 어울리는 자리가 정기적으로 마련되고, 상주하는 멘토들로부터 지도를 받을 수 있고, 투자자에게 선보이는 행사 또한 정기적으로 열린다. 세계적 기업들이 찾아와 인수할만한 스타트업을 물색하기도 한다. 한국만해도 현대차가 한 입주기업에 300만달러(약 34억원)를 투자하기도 했고, 삼성전자도 이곳을 후원하고 있다.
그는 “제가 사업을 시작해서 성공하기까지 20~30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지금 젊은이들은 2년이면 됩니다. 왜냐고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거든요. 이곳에서 구글 야후 페이스북 출신들이 즐비합니다. 대학에서 곧바로 오는 사람도 많고요. 이런 사람들이 뒤섞여 배우는 거죠. 투자자들로부터도 배우고요. 넥스트 인스타그램, 넥스트 핀터레스트가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혁신을 만들지 못하는 지금의 한국은 20년 전 일본” 아미드 대표는 한국에도 일침을 가했다. 20년 전 일본과 비슷하다는 것. “수준이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고요, 상황이 그렇다는 거죠. 일본은 엄청난 경제를 만들었지만 국가내부적인, 기업내부적인 혁신에만 의존했습니다. 한국 역시 새로운 혁신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가면 얼마 못 가 침체를 맞을 겁니다.(You will go into recession) 무조건 변해야 합니다.” 그는 “기업과 대학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기업은 이미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커지다 보면 내부적으로만 혁신하려고 하죠. 외부에서 혁신을 끌고 와야 하는데 말이죠. 문제는 CEO와 경영진입니다. 이들이 혁신적인 문화를 사랑해야 하고, 혁신적인 사람들을 데려오고, 혁신적인 작은 기업을 키워야 합니다. 실리콘밸리를 보세요. 애플과 구글이 생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의 큰 기업들이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창업가들에게 한마디. “실리콘벨리는 테크놀로지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세계 최고입니다. 멀다고 생각하지 말고 실리콘밸리를 살피고,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기업가가 되기 위한 컴퓨터 공학, 기업가가 되기 위한 농업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같은 것을 배워도 끝없이 아이디어를 내게 되고 스스로 혁신하게 될 것 아닌가? 그리고 한국의 환경 탓만을 계속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실리콘밸리를 한번 두드려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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