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realtime.wsj.com/korea/2012/09/11/%EC%88%99%EC%A0%9C%EC%99%80%EC%9D%98-%EC%A0%84%EC%9F%81-%EC%8A%B9%EB%A6%AC%ED%95%A0-%EC%88%98-%EC%9E%88%EC%9D%84%EA%B9%8C/
숙제와의 전쟁, 승리할 수 있을까?
By KATY MCLAUGHLIN
이 글을 쓰는 오늘부터 이틀후면 6살난 아들 폴이 1학년이 된다. 아이는 약간 긴장한 채 학교에서 친구를 사귈 수 있을지, 선생님은 좋은 분일지 걱정하고 있다. 한편 남편과 나는 완전히 패닉 상태다.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급식이 형편없거나 질병에 걸릴까봐가 아니라 ‘숙제’ 때문인데,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친 자녀를 둔 친구들에게서 여름 내내 그 얘기를 들은 것이다.
지난 주말 축구장 한켠에서 만난 여성은 8살짜리 아들이 골 넣는 것을 지켜보며 “개학하면 숙제하느라 시간이 전혀 없기 때문에 여름방학 동안 좋아하는 축구를 실컷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가까운 친구 한 명도 최근 남편과 7살난 딸이 숙제를 감독하는 문제로 다투다 부녀 사이가 멀어지게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개학한 지 일주일도 안 되었는데 말이다.
우리 아들도 작년에 유치원이 시작하는 날부터 파하는 날까지 매일같이 숙제를 해야했다. 하지만 폴이 다닌 유치원은 반일반이라 유치원을 마치고 가는 방과후 시설에서 숙제를 했기 때문에 우리에게까지 숙제가 돌아온 적은 없었다. 더구나 저녁에 집에 온 아이는 지쳐서 더이상 무엇을 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올 여름 어느날엔가는 폴이 (방학동안 하라고 유치원에서 권한) 수학 문제풀이집 푸는 것을 감독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는지 갑자기 연필을 집어던지는 통에 내 눈꺼풀에 맞는 사고가 있었다. 1mm만 더 아래 맞았으면 “반창고”란 별명으로 불릴 뻔 했다.
초등학교 1학년은 종일반인데, 남편 알레한드로는 폴을 3시 15분에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데리고 오자고 한다.
난 “그러면 당신이 애 숙제를 같이 해줘야 된다”고 경고했다. 마음 한켠에는 남편이 아들과 함께 이 어려운 임무를 수행할 만한 인내심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아들 둘을 다 여러가지 가을 축구 프로그램에 등록시킨 걸 보면 남편은 초등 1학년의 숙제가 얼마나 많은지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게 분명하다고 진작에 의심하고 있던 터였다. 고슴도치 엄마의 발언이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재능있는 꼬마 축구선수들이라 앞으로도 계속 그 열정을 키워주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저녁 한시간씩 시간을 내 폴이 숙제를 제대로 해가게 도와야만 한다.
***
이런 상황은 나를 상당히 분노하게 만든다. 난 캘리포니아에 있는 최고의 사립학교들을 다녔지만 4학년까지는 숙제라는 걸 모르고 살았다. (물론 지금과는 다른 시대였고, 1970년대 히피 사조가 지배적이었으며 학비도 훠얼~씬 쌌다는 걸 인정한다.) 우르과이에서 좋은 학교를 다닌 남편도 마찬가지다.
공부보다 운동을 권장하는 부모는 비난을 받는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4살, 6살인 우리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매일같이 박력있는 운동을 하고 싶어 안달이다. 아이들은 그런 운동을 하며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하고나서야 비로소 잠잠해지고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두 아이 모두 10개가 넘는 나라 이름을 알고, 그 나라의 국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언어가 사용되는지도 알며, 지도에서 찾을 줄도 안다. 다양한 축구팀에서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는 걸 좋아한 덕분이다. 왜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이런 기억학습이 대부분의 숙제에 요구되는 기계적인 기억학습보다 못한 것으로 치부되어야 하는 걸까?
숙제 때문에 앞으로 우리집 분위기가 얼마나 달라지겠는냐고 친구에게 우는 소리를 했더니 친구는 2학년짜리 딸을 둔 이웃 엄마와 얘기해보라고 권했다. 그녀는 상냥하고 말하는 투가 부드러운 전업주부로 항상 나름의 해결책을 갖고 있는 듯 보이는 인물이다.
그래서 어느날 옆집 문을 두드렸고 “그냥 떠도는 소문일지 모르지만 숙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있으시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이웃은 미소를 지으며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리곤 종이 한 장을 펼쳤는데 자기 딸의 1년 성적표였고 전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더니 “딸 아이는 한번도 숙제를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이 엄마는 매년 학기가 시작될 무렵이면 학교에 찾아가 교사와 교장에게 자기 딸은 놀기도 해야 되고 집안일도 거들어야 되기 때문에 숙제할 시간이 없다고 설명한 후, 대신 딸이 수업에 충실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만약 부모의 개입이 필요할 경우 언제라도 알려달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웃은 “확신에 찬 모습을 보이라”고 조언하며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마 학교 교장 앞에서도 그런 미소를 지었으리라.
***
그날 밤 나는 남편과 마주앉아 이 일에 관해 얘기했다.
그날 밤 나는 남편과 마주앉아 이 일에 관해 얘기했다.
남편은 “와, 그거 정말 대단한데”라고 감탄했다.
“알아요. 정말 대단한 여인이죠.” 내가 말했다. 우리 부부 중 누구도 그 정도로 대담하지는 못하다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우리는 숙제 때문에 벌벌 떨거나 그것에 압도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폴이 학교에 잘 적응하고, 숙제 때문에 우리집 분위기가 경직되어 가족간의 관계나 즐거운 축구 경기를 망치게 된다면 행동에 나설 생각이다.
행동의 첫 단계는 폴이 방과후 프로그램에 적어도 한시간은 참여해 교사의 도움으로 숙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그 방법이 통하지 않을 시에는 이웃집을 찾아가 다시 한번 상담을 하고 미소를 연습한 뒤 우리도 반군이 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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