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September 19, 2012

도로조명의 신패러다임-라인조명 가로등시스템

도로조명의 신패러다임-라인조명 가로등시스템
'필요한 조명을 필요한 공간에만 비춘다'
가드레일·중앙분리대 0.9~1m 높이에 설치, 운전자 피로예방
광학렌즈·반사판 등 광학설계···고른 균제도 확보·빛 공해 방지
남양주에 실증시스템 설치, 내년 3월 제2서해안 고속도로 첫 적용


경기도 남양주에 설치된 라인조명 실증현장.
 
도로조명은 ‘어떻게 하면 운전자의 피로감을 줄이면서 시인성을 높이는가’가 영원한 숙제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사회·경제적인 변수들이 등장하면서 여기에 또 다른 세부과제들이 덧붙기 시작했다. 바로 에너지절감과 빛 공해 방지다. 이에 따라 시인성은 높이되 에너지소비는 줄이고, 빛 공해까지 차단해야 하는 복합적인 기능이 미래 도로조명의 핵심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10m 높이 위에 설치된 기존의 일반 가로등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결국 도로조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건설기술연구원(원장 우효섭)이 개발한 ‘라인조명 가로등시스템(이하 라인조명)’은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라인조명은 점 조명 형태의 기존 가로등을 선(라인)조명 형태로 바꾸고, 설치 높이도 지상 10m에서 0.9~1m로 낮춰 필요한 조명을 필요한 공간에만 비추도록 한 것이다.
또 광원 역시 나트륨, 메탈할라이드램프 대신 LED를 적용, 에너지효율을 높였다.
건기연은 1m 길이의 라인조명 LED모듈에 1W급 LED칩이 12개 들어간다며 에너지효율은 디밍(밝기조절)기능까지 추가할 경우 메탈할라이드램프 대비 적게는 48%, 많게는 74%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야간운전 환경개선 시급=도로조명은 야간에 운전자가 노면에 장애물이 있는지, 도로의 전반적인 형상과 구조가 어떤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빛을 비추는 ‘안전시설물’이다.
기존의 도로조명은 대부분 나트륨, 메탈할라이드 등의 광원이 탑재된 지상 10m 길이의 폴(Poll) 조명 형태 가로등이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기존 가로등은 도로 공간을 충분히 비출 수는 있지만 운전자 시야를 벗어난 허공에도 빛을 비추고, 일정 간격으로 어둡고 밝은 부분이 교차돼 운전자 눈의 피로를 유발하는 약점이 있었다.
건설기술연구원은 도로교통공단과 교통안전공단의 교통사고 통계분석 결과 야간의 교통사고 사망자(치사율) 수는 주간에 비해 약 1.7배 높다면서 주간의 교통량이 야간의 약 3배임을 감안할 때 야간의 교통사고율은 주간에 비해 약 3배, 치사율은 약 5.1배 정도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61세 이상의 고령층 사망자가 전체의 35.6%이고, 이 비율이 해마다 1%씩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고령 운전자를 고려한 야간 운전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건기연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에너지절약을 위해 가로등 격등 조명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노면 밝기가 기존보다 더 불균일해지고, 이에 적응하려는 운전자는 안구를 계속 움직이면서 눈이 빨리 피로해진다”고 밝혔다.
▲점 조명을 선 조명으로=이에 따라 고른 균제도를 확보해 운전자의 피로를 덜어주는 라인조명의 시인성 향상 기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라인조명은 0.9~1m 높이에 설치돼 운전자 시야 아래에 있는 도로에만 빛을 비춰 야간 운전 시 시야 광해(네온사인이나 야간조명과 같은 불빛 때문에 사람이 사물을 인식하는데 방해가 되는 공해), 광 낭비 등을 줄일 수 있다.
또 점 조명이 아닌 선 조명 형태라 노면이 얼룩지지 않고, 균일한 균제도를 확보해 운전자 눈의 피로를 덜고, 눈이나 비가 내릴 경우 시선유도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게다가 광원으로 LED조명을 채택, 빛의 양을 교통량에 따라 조절할 수 있어 에너지 절감도 가능하다.
실제 건기연이 폴 조명과 라인조명의 평균휘도, 종합균제도, 차선축균제도 등을 분석한 결과 라인조명이 폴 조명 형태 가로등보다 휘도, 균제도 면에서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준화 건설기술연구원 도로연구실장은 “라인조명 가로등시스템에는 운전자의 피로도를 감안해 밝은 LED조명이 노면에 균일하게 배분되도록 광학렌즈와 반사판이 설치돼 있고, 불필요한 빛이 도로 외부로 새나가지 않도록 광학설계가 구현돼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어 “교통량이 적은 심야시간에는 LED조명의 밝기를 50%까지 낮추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해 격등으로 켜진 기존 가로등의 전력소비량 대비 최대 70% 이상 에너지절약이 가능하다”면서 “라인조명의 설치 높이 역시 운전자 눈에 끼치는 눈부심 영향 등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라인조명, LED광원으로는 최초=그 동안 점 조명 형태의 가로등을 선 조명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국내·외에서 계속돼 왔다.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공항, 일본 간사이공항 등에는 형광등이 탑재된 라인조명이 설치돼 있고, 국내에서도 일산 킨텍스IC에 광파이프 형태의 유사한 조명이 도입된 바 있다.
또 자유로 문발IC 인터체인지 구간(400m), 인천 송도(200m)에도 각각 광원이 형광등인 라인조명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형광등과 같은 기존 광원 대신 LED조명을 사용한 라인조명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라고 건기연은 밝혔다.
정 실장은 “라인조명은 도로조명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야간운전자의 피로를 줄이고, 에너지절약과 도로변 빛 공해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정준화 건설기술연구원 도로연구실장

“기존의 도로조명은 밝고 어두운 부분이 반복돼 운전자의 피로감을 높여 사고위험성을 높입니다. 반면 라인조명은 도로 아래쪽만 비춰 이런 문제를 개선했죠. 사실 도로 위쪽의 허공에는 굳이 에너지를 낭비하면서까지 빛을 비출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했더니 에너지절감은 물론 빛 공해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2007년부터 국토해양부의 연구과제로 라인조명 가로등시스템 개발을 주도한 정준화 건설기술연구원 도로연구실장은 앞으로 일반인들이 라인조명을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정 실장에 따르면 실증 차원에서 경기도 남양주에 설치돼 이미 기부 체납까지 끝난 라인조명은 내년 3월 준공되는 제2서해안고속도로 1공구(안산~평택 구간) 중 시화대교(3km)에 처음 적용되고, 2016년 완공되는 제2영동고속도로 적용도 확실시 되는 등 이후 건설되는 신규 고속도로에 속속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가로등의 한계로 인해서 새로운 도로조명 방식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또 도로조명은 민간보다 공공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건설기술연구원에서 직접 연구를 수행했죠. 물론 지난 4~5년 간의 연구를 통해 시스템을 완성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습니다.”
정 실장은 앞으로 남은 라인조명의 과제로 기존 가로등보다 비싼 가격과 인증 부분을 꼽았다.
이는 앞으로 가격을 더욱 낮추고, 인증부분을 해결해야만 보급이 활성활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으로 라인조명의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고민해야겠죠. 12개 LED칩이 들어가는 모듈을 일체화하면 가격적인 부담을 줄이면서 유지보수도 쉬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라인조명 확대를 위해서는 가로등에만 있는 국가표준(KS)을 정비할 필요도 있습니다.”
정 실장은 다만 가드레일, 중앙분리대에 설치되는 라인조명이 자동차 충돌사고로 파손될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승용차, RV의 경우 충돌 높이가 1m를 넘지 않는 만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트럭이 문제인데, 실제 경기도 남양주에 설치된 라인조명 실증현장에서 트럭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라인조명 틀은 멀쩡했고, LED칩만 일부 손상됐더라고요. 그래서 일부 보완만 하면 차량 충돌로 인한 피해도 예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 실장은 현재도 조명이 없는 농·어촌 지방도로의 횡단보도에 알맞은 도로조명의 조건과 기술을 개발하고, 국가표준개발과제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안전한 도로조명을 위해서 노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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