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13, 2012

>_< ;-) ^^; ㄳㄳ … 이걸 다 알면 당신도 신세대


>_< ;-) ^^; ㄳㄳ … 이걸 다 알면 당신도 신세대

[중앙일보] 입력 2012.07.21 01:07 / 수정 2012.07.21 01:12

‘사이버 문자’ 이모티콘 탄생 30년
한국 - ㄳㄳㄳ은 상대 비난 무시하는 용도
미국 - :$는 부끄러움, :D는 함박웃음
일본 - <( -‘.’- )> <(‘.’-^)> 게임 캐릭터 닮아
중국 - 55555는 우는 소리, 88은 굿바이

세계 처음으로 이모티콘을 제안한 스콧 팔만 카네기멜런대 교수. 2004년 촬영된 모습에 그가 만든 미소 이모티콘을 합성했다. 그는 유머로 받아들여야 하는 글은 :-) 라는 표시를 앞에 붙이고, 진지한 글인 경우에는 :-( 라는 표시를 문장 뒤에 붙이자고 제안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ㅎㅎㅎ 월드컵 우승 축하드려용~>_< 곧 열릴 세계선수권도 홧팅~!!!!!!!!! 한국 돌아오면 뵈어요!!!!;-)”

 ‘암벽 여제’라 불리는 암벽등반 선수 김자인(24)이 지난해 7월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당시 피겨 여제 김연아(22)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김연아의 한 줄 트윗에는 기쁨(>_<) 윙크(;-)) 두 가지의 이모티콘이 쓰였다. ‘ㅎㅎㅎ’는 대개 박장대소(하하하)나 허탈한 웃음(흐흐흐) 등을 나타낸다. 김연아는 그동안 ‘자야지 ㅋㅋㅋ’ ‘심심해 ㅠㅠ’ 등 다양한 이모티콘을 활용한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어디 신세대뿐인가. 요즘에는 40~50대 사이에서도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경우는 흔하다.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에 ^^나 -_- 같은 기호를 쓰지 않고는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다. 최근에는 PI(대통령 이미지·presidential identity)에까지 이모티콘이 쓰일 정도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이용해 만든 이모티콘 PI를 공개했다.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채워진 말풍선에 ‘박근혜’ 이름 초성인 ‘ㅂㄱㅎ’을 사용해 웃는 모양을 그린 이미지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DJ(김대중 전 대통령), MB(이명박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의 호칭이 영문 이니셜인 것과 차별화하고, 젊은 층에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그러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측에서 발끈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5월부터 사용해온 PI의 표절이라는 것이다. 임태희의 초성 ㅇㅌㅎ을 넣은 파란색 원형 이미지였다.

 이런 이모티콘이 곧 탄생 30주년을 맞는다. 이모티콘은 감정(emotion)을 나타내는 아이콘(icon)이라는 뜻으로, 두 단어를 합성한 것이다.

농담 가려내려고 제안한 1호 이모티콘

삐침, 섭섭함, 시무룩함 등 슬픔을 뜻하는 이모티콘.
이모티콘이라는 개념이 정립된 것은 1982년 9월 19일. 카네기멜런대의 5년차 조교수(컴퓨터공학과)였던 스콧 팔만(64)이 제안하면서다. 77년 MIT에서 인공지능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팔만은 이듬해부터 카네기멜런대에 부임해 지금까지 교수로 일하고 있다.

 당시 카네기멜런대 컴퓨터공학과에서는 인트라넷 게시판 하나를 운영하고 있었다. 인터넷 게시판의 80년대 버전 격이다. 게시판에는 강의 공지사항, 학생회 일정은 물론 일상에 관한 소회 등 다양한 글이 올라왔다.

 문제는 초기 네티즌들이 글에 올라오는 뉘앙스를 오해하면서 싸움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인권 문제에 대해 장문의 코멘트를 올렸던 한 학생의 글 위에 농담조의 글이 올라왔다가 싸움이 나는 식이었다. 이에 팔만 교수는 ‘농담’이란 뜻의 :-) 과 ‘농담 아님’이란 뜻의 :-( 두 가지를 제안했다. 사람의 눈·코·입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유머로 받아들여야 하는 글은 :-) 라는 표시를 앞에 하고, 진지한 글인 경우에는 :-( 라는 표시를 문장 뒤에 붙이자는 식이다.

 하지만 팔만 교수의 바람과는 달리 1호 이모티콘들은 다른 뜻으로 변형돼 쓰였다. :-)는 미소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 는 삐침, 섭섭함, 시무룩함 등 슬픔을 나타내는 표기법으로 사용됐다. 오늘날 이 두 가지 기호는 코[鼻] 부분이 사라진 :) :( 등의 형태로 더 많이 쓰인다.

 팔만 교수 이전에도 이모티콘이라는 개념은 없었지만 인간의 감정을 표시하는 기호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러시아의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1899~1977)는 69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웃음을 의미하는 특수한 활자 기호가 필요하다. 둥근 괄호를 옆으로 놓은 듯한 마크가 좋은 예”라고 말한 바 있다. 1881년 미국 잡지 퍽(Puck)에서도 이모티콘의 선조 격인 기호들이 사용됐다.

미국-심플, 일본-큐트, 중국-소리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국가별로 이모티콘의 사용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이모티콘 종주국’ 격인 미국에서는 영어 스펠링을 같은 발음의 기호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창조하다’는 뜻의 create를 cr8로 표기하는 식이다. 기존의 이모티콘 역시 다양한 표정에 맞게 늘어났다. :$는 부끄러움, :D는 함박웃음, ;)는 윙크 등을 나타낸다.

 일본의 이모티콘은 특수기호를 활용해 귀여운 표정을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줄표(-)나 ‘삿갓 모양’이라 불리는 탈자 기호(^)를 사용한 이모티콘은 일본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 ^^, -_- 등이 그 예다.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에서 출시된 애니메이션 게임 ‘별의 커비’의 캐릭터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 -‘.’- )>나 <(‘.’-^)> 같은 표기가 이 게임에 나오는 커비 캐릭터와 유사하게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의 이모티콘은 대개 한글 자모를 사용해 감정을 표시한다. ㅡㅡ; ㅠㅠ ㅅㅅ 등이 있다. 각각 ‘난감하다’ ‘울음’ ‘웃음’ 등의 뜻이다. 자음만 사용한 줄임말도 빼놓을 수 없다. 감정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같은 자음을 반복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ㅋㅋㅋ’은 킥킥거리며 웃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ㄷㄷㄷ’은 ‘덜덜덜’이라는 뜻이다. 대개 당황스럽거나 굴욕을 당했다고 생각할 때 사용하는 인터넷 은어인 덜덜덜에서 초성만 따왔다. 그 외에도 ㅍㅎㅎㅎ(푸하하하) ㄲㄲㄲ(낄낄낄) ㅈㅅㅈㅅ(죄송죄송) 등이 있다.

 한국에서 유래한 이모티콘 사용법 중에는 세미콜론(;) 용법이 재밌다. 대개 난감한 상황을 표현할 때 쓰인다. 난감한 상황에서 미소를 지으며 땀을 흘리는 표정(^^;)이 시초 격이다. 이후 땀만 잔뜩 흘리는 모양(;;;;;;;)으로 사용하거나, ‘헉’ ‘헐’ 같이 난감한 상황에서 쓰는 의성어에 세미콜론을 함께 붙여 헉;;; 헐; 등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네티즌들이 가장 이해를 못하는 채팅용어는 바로 ‘ㄳ’이다. 슈팅 게임에서 명중했을 경우 ‘굿 샷’이라는 뜻으로도 쓰이지만 대개 ‘감사’라는 뜻으로 쓰인다. 문제는 인터넷상에서 상대방이 자신을 비난했을 때 이를 무시하는 용도로 ‘ㄳㄳㄳ’ 같이 쓰는 경우다. 상대방은 계속 나를 비판할 때 ‘감사합니다’라며 우이독경(牛耳讀經·소 귀에 경 읽기)의 태도로 무시하는 뉘앙스다.

 중국에서는 숫자와 자국어의 발음 유사성을 활용한 이모티콘이 쓰인다. 55555는 우는 소리를 나타낸다. 숫자 5의 ‘우’라는 발음이 우는 소리와 비슷하다는 데서 유래했다. 헤어질 때는 88을 쓴다. 숫자 8의 발음 ‘빠’를 두 번 하면 영어 바이바이(bye bye)와 유사하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 외에도 기쁠 때 아아(阿阿), 하하(哈哈) 같은 의성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미래의 이모티콘 화두는 생동·상상·수익

 메신저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아스키코드 기반 이모티콘은 서서히 그림 아이콘으로 대체됐다. 대표적인 예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MSN 메신저다. 99년 7월 22일 처음 출시된 MSN 메신저는 기존의 아스키코드 기반 이모티콘을 입력하면 그림 파일이 나오는 방식이었다. :)나 :-)를 입력하면 미소 짓는 동그란 모양의 아이콘이 나타났다.

 메신저가 발달하면서 자판으로 이모티콘을 입력하는 과정도 사라지고 있다. PC에서는 대개 이모티콘 메뉴를 누르면 팝업으로 나타나는 표정 아이콘 중 원하는 것을 클릭하면 된다. 풀터치 스마트폰에서는 이모티콘 대신 자신이 원하는 표정을 한 번의 터치로 표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원작자’ 격인 스콧 팔만 교수는 “텍스트 기반 이모티콘의 상상력을 저해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신이 1호 이모티콘 두 가지를 개발했을 때 영문학자들이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이런 기호 없이도 유머러스한 감정을 전달했다”고 비판하자 “수십만 명의 인터넷 사용자가 원활히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쿨’하게 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으로의 이모티콘은 움직이는 그림에 소리를 접목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그 초기 버전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카카오톡의 이모티콘 서비스다. 카카오톡은 지난해 11월 유명 웹툰 등을 대화 중에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 서비스를 출시했다. 8개월이 지난 7월 초 현재 1억3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한국·미국·일본·중국은 물론 멀리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현지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이 회사 이수진 팀장은 이모티콘의 미래를 이렇게 전망했다. “앞으로의 이모티콘은 움직임으로 생동감을 줄 겁니다. 저작권자인 만화가들과 수익을 공유하는 형태로 발전하기 때문에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이모티콘도 생겨날 겁니다. 이모티콘은 또 비즈니스의 원천이 될 수도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연예인의 이미지를 ‘커피 한 잔’이라는 이모티콘으로 출시하고, 이를 만든 업체는 광고 효과를 노리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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