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September 4, 2012

가치와 지향점,그리고 비전


가치와 지향점,그리고 비전

1997년, 나는 고3이었다.
전년도 수능 출제 경향으로 ‘통합교과’ 방식이 두드러지자, 사회탐구 영역에서 한 강사가 급속히 부상한다. 수백명이 들어가는 대형 강의장에 나를 포함한 고3 학생들을 꽉꽉 채워놓고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까지 강의를 했다. 강의 내용은 까먹었지만, 이 분 정말 돈 많이 벌겠다고 생각한 기억은 있다.
하튼 이 분은 초특급 강사에 그치지 않고 나름의 철학 아래 회사를 차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교육기업의 총수에 오른다. 주가가 좀 떨어졌다고는 해도, 돈은 그저 숫자에 불과할 정도로 많이 벌었을 거다. 오늘 어쩌다 이 분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생각나는 스토리가 있어서 가볍게 몇 자 적어본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기업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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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떤 학생이 있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꿈이 있고 하고싶은 것도 있다. 성실하고 머리가 좋아서 공부도 썩 잘한다. 성적이 오르기 시작하니 부모님의 칭찬과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칭찬을 받으니 뿌듯하기도 하고, 성적이 오르는 것이 재미있기도 해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 전교 1등도 한다.
전교 1등까지 하다보니 꿈보다는 성적이 더 신경쓰인다. 하고자 하는 것을 하려면 공부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은데, 괜히 다른 일에 신경을 쓰다가는 성적이 떨어질 것 같아서 영 찜찜하다.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은 일에는 눈썹부터 찌푸리시는 부모님께 뭐라고 얘기를 꺼내기도 무섭다. 일단 성적이 중요하다고, 지금까지 잘 하고 있으니 그렇게 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직업을 가지게 되면 그 다음에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지 않겠냐는 부모님의 논리도 나름 일리가 있는 것 같아서 그나마 위안을 얻는다.
남들이 좋다는 대학에 들어가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지고 소위 안정적인 삶을 산다. 꿈이 무엇이었고 하고싶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는 점점 희미해져 가지만, 이렇게 사는 것도 뭐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게 살다 인생의 큰 고비나 어려움에 직면한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대학 시절일지, 직장 다니는 시기일지, 은퇴할 무렵일지, 눈감기 직전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인지도 모른다. 경제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 어쨌든 언제든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그리고 깊은 회의에 빠져든다.
다들 나를 부러워하는데 나는 왜 행복하지 않지? 내가 원하는 인생이 뭐였지? 나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던 거지? 나는 왜 내 인생을 살기위해 부모와 가족,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남들 눈치만 보면서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서만 살아온거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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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여러가지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모든 것이 잘못되기 시작한 시점은, 목적을 잃어버리고 수단을 목적이라 착각하기 시작한 때부터가 아니었을까?
스스로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재무실적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에만 휘둘리는 기업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우리 기업들과 우리 아이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 처음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차피 같은 땅에서 자란 나무와 풀잎이라 생각하니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부모는 자식이 어떤 상황에 있건 부모로서 무한한 지지를 보내주겠지만, 주주는 더이상 수익도 비전도 주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미련없이 연을 끊는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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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 인터뷰(중앙일보)


우리나라가 압축 성장을 할 땐 교육이 신분 상승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제 저성장 사회로 접어들었고, 교육을 통해 계층을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졌다. (중략) 교육이 사다리가 못 되면 사람들은 다른 길을 택하게 될 거다. 스티브 잡스처럼 부자들과 경쟁하지 않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거기서 최고가 되는.
공부든 사업이든 딱 두 가지가 있어야 성공한다. 첫째는 왜 성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 둘째는 그걸 잘할 수 있는 DNA다. 합격 그 자체보다는 삶의 가치와 지향점, 비전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부터 먼저 풀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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