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September 16, 2012

통화 분석 전문가 제임스 리카즈가 말하는 '3차 통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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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9.15 03:03

美가 뽑아버린 통화 전쟁 안전핀… 이득 보는 승자가 그 누구도 없다
양적완화 두 번… 2조3000억달러 쏟아 막대한 美 무역적자 만회하려 했지만 
中·브라질·인도 등 신흥국 위험 빠뜨려

세계경제에서 100년여 만에 가장 강도 높고 치열한 '통화 전쟁(currencywar)'이 벌어지고 있다. 자국의 통화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춰(평가절하·devaluation) 수출 제품 가격 경쟁력 향상과 자국 내 일자리 확보를 겨냥한 '통화 전쟁'은 1910년대 이후 지금까지 수차례 발생했다.

1930년 대공황을 촉발한 1차 통화 전쟁(1921~36년)과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및 달러의 기축통화 정립으로 막을 내린 2차 통화 전쟁(1967~87년)에 이어 2010년부터 3차 통화 전쟁이 불붙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 주역은 미국이다. 중국 등 신흥국에 대해 환율 평가절상 압력을 넣어오던 미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후 2차례에 걸친 양적완화(QE)로 2조3000억달러를 시장에 쏟아부었다. 경기 부양과 부실 금융회사 지원 같은 이유도 있었지만 진짜 목적은 타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하락시켜 연간 7000억달러를 상회하는 무역적자를 만회해보려는 생각에서였다.

그 결과 브라질 헤알화가 75% 급등(이하 2002년 말 대비 올 9월 10일 기준)한 것을 비롯해 콜롬비아 페소화(60%), 일본 엔화(46%), 중국 위안화(30%) 등이 모두 달러화에 대해 통화 가치가 올랐다. 이에 맞서 대다수 국가는 자국 통화 가치의 가파른 상승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스티븐 로치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같은 석학들은 작금의 3차 글로벌 통화 전쟁이 세계경제에 암적(癌的)인 존재라고 경고한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과거 두 차례와 달리 지금까지 통화 전쟁을 통해 이득을 본 승자(勝者)가 없다는 점이다. 글로벌 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경상수지 흑자 비중은 2007년 0.45%에서 지난해 0.28%로 떨어졌고, 내년에는 마이너스 상태로 반전이 확실시된다. 즉 글로벌 통화 전쟁에도 불구하고 각국 간 교역에서 돈을 번 나라가 거의 없으며 소모전만 거듭한다는 얘기이다.

둘째, 수출 중심 경제성장을 고수하는 신흥국들의 경제적 위상과 자존심이 높아져 선진국과의 통화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어 확전(擴戰)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글로벌 외환 보유국 상위 10개국 가운데 8개국이 중국·브라질·인도 같은 신흥국들이다.

마지막으로 기축통화국으로서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해 '팍스 달러리움'(Pax Dollarim·달러가 주도하는 세계 질서) 시대의 종말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가 지금 같은 막강한 국제적 지위를 10년 안에 잃게 될 것"(베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국제통화 질서가 오리무중(五里霧中) 상태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3차 통화 전쟁은 인플레이션 위험도 가중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위해 돈을 품으로써 초(超)저금리 기조가 고착되며 물가가 오르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009년 1.13%에서 지난해 3.65%로 급상승했다.

Weekly BIZ는 지난달 미국 월가(街)의 통화 분석 전문가 제임스 리카즈(Rickards·61)를 만나 '제3차 통화 전쟁'의 향방을 진단했다. 일부 비관론자들이 미국의 무제한 양적완화 조치 가능성을 경고하는 가운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커런시 워'를 쓴 리카즈는 "미국이 달러를 하루빨리 포기하는 것에서부터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제임스 리카즈는 수년 전부터 "리먼 브러더스는 파산할 것이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QE) 정책은 달러를 몰락시킬 것이다. 세계 통화 시스템은 금본위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으나 비판의식이 강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못 받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그가 작년 11월 출간한 '커런시 워(Currency War)'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20만부 정도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고 이미 10개 국어로 번역됐다.

뉴욕 맨해튼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1시간 넘게 진행된 Weekly BIZ와의 인터뷰 내내 가벼운 웃음조차 짓지 않았다. 그는 "많은 월가 투자자들은 아직 미국 달러가 최고라고 믿는데 그 환상은 깨졌다. FRB의 양적완화는 글로벌 3차 통화전쟁을 유발한 사상 최악의 정책"이라고 했다.

 “제3차 통화전쟁은 각국의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펀드·기업·정부기관 등도 은밀하게 참여하고 있 어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벌어지고 있다”고 제임스 리카즈가 경고하고 있다. 그는“달러를 포기 하고 금을 기축통화로 쓰면 물가와 자산 가치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며“버냉키 연준 의장부터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 뉴욕=이신영 기자
허상만 키운 양적완화 주식시장 수치만 회복 돈 회전율 22% 떨어져 생산증가로는 연결안돼
"FRB의 3차 양적 완화는 글로벌 통화전쟁 더 악화시킬 것"

―3차 통화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개인과 기업이 지출을 늘리지 않으니 먹고살 길은 순(純)수출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낮아지면 미국이 일시 무역흑자를 내지만 반대로 다른 수출 경쟁국들의 구매력이 떨어져 아무리 물건이 싸도 수입품을 사지 못한다. 일종의 '나비 효과'가 발생해 수출국 경제도 어려워진다."

―3차 통화전쟁의 피해국들은 현재 예고되는 FRB의 연쇄적인 양적완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FRB가) 미국 경제의 구원투수로 믿고 있는 게 그것 뿐이다. 올해 안에 단행할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의 증가는 자금의 공급과 돈 회전율에 따라 극대화되는데, 문제는 돈 회전율이 1997년에 비해 현재 22% 정도 떨어져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양적완화 정책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케인스의 '승수이론(乘數理論·경제활동이 계속 파급 효과를 내는 것)'은 실패했다고 본다. 스탠퍼드대 존 테일러 교수에 따르면 부양책으로 1달러를 지출할 때마다 민간 부문에서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은 그만큼 감소한다고 한다."

―하지만 두 차례의 양적완화로 세계 경제의 숨통이 트였다는 지적도 많다.

"주식시장만 살아났지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경제는 죽었다. 특히 3차 통화전쟁이 확전되면서 수출에 따른 부의 창출 효과가 떨어졌다. 지금 달러 가치는 1913년 이후 95% 정도 하락했다. 과거 로마의 은화인 데나리우스(denarious)는 200년이 넘도록 처음과 같은 구매력을 유지했다는데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달러화는 앞으로 언제 어떻게 쇠락할 것으로 보나?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대규모 채무 불이행, 전쟁, 재난 같은 갑작스러운 사태가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충격을 흡수할 만한 통화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과도한 레버리징(leveraging)과 파생상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미국 FRB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듯 행동한 데다, 상당수 대형 은행을 영업정지시키거나 파산시키지 않고 살려준 후유증도 크다."

주요 언론매체도 리카즈와 같은 맥락에서 FRB의 행동변화를 최근 촉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인 마이클 캐시(Casey)는 최근 "FRB는 어느 나라 중앙은행보다 훨씬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아직도 '미국이 통화전쟁을 유도하지 않았다'는 버냉키 FRB 의장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가 연간 GDP보다 더 많은 16조달러의 부채를 갖고 있는 것과 별개로, FRB도 3조달러의 빚에 허덕이고 있다.

FRB의 자본금(600억달러) 대비 부채비율만 5000%인 셈이다. 리카즈는 "FRB가 형편없는 헤지펀드 수준으로 전락했다"며 "경영적인 측면에서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4년 내 하이퍼 인플레중국·인도 등 신흥국 물가 무섭게 뛰는 날 와 결국 달러는 몰락할 것

金본위제로 가야 안정종이돈 찍는 건 허영 유발 금 기반해야 가치 지켜져 한국 금보유량 너무 적어
"3~4년 내에 하이퍼인플레이션 일어나면서 '케스케이드' 현상 나타날 것"

―이런 글로벌 3차 통화전쟁을 해결할 방안은?

"먼저 미국 대형 은행들을 쪼개 분산 운영함으로써 금융 시스템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불량 파생상품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미국이 먼저 달러화의 회생불능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에 금 본위제 실시를 제안해야 한다. 금은 안정적인 공급통화(sound money)로 과거 5000년간 기축통화이기도 했다. 무한정 발행 가능한 종이돈은 허영과 착각에 기반한 투자를 낳는다. 금으로 돌아간다면 기술과 혁신 바탕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금은 생산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환율·금리 같은 리스크에 대비할 수도 있다."

―워런 버핏 같은 투자자들은 금본위제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글쎄. 지난 2000년에는 280온스의 금이 있어야 버크셔 헤서웨이 주식 1주를 살 수 있었다. 오늘은 70온스면 살 수 있다. 금 기준으로 보면 워런 버핏의 주식은 최근 12년 동안 75% 떨어졌다."

베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도 리카즈처럼 달러화의 몰락을 예상한다. 그는 "10년 안에 유로화·위안화·달러의 다국적 복수통화체제가 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리카즈는 "아이켄그린 교수의 의견에 상당 부분 동의하지만, 복수통화체제는 한 통화의 가치를 다른 통화와 비교해 가늠하는 고정기준(fixed reference point)이 없어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이대로 3차 통화전쟁이 진행된다면 결과는 어떨까?

"3~4년 후에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물가가 극단적인 속도로 오르는 현상)이 발생해 글로벌 경제를 짓누를 것이다. 이는 결국 달러의 몰락으로 이어지며, 캐스케이드(cascade) 현상으로 진행될 것이다."

―캐스케이드 현상이란?

"일단 개시되면 전 단계에 의해 다음 단계가 순식간에 발동되면서 폭포수를 맞는 것처럼 순식간에 일이 벌어지는 현상이다. 최초 1만명이 달러화를 거부하면 다음 100만명의 임계 한계점을 촉발해 달러를 거부하며, 그다음엔 1000만명이 거부하게 된다. 미국 인구(3억1384만명)의 0.2~3%만 달러를 거부해도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한국 통화 당국에 조언한다면.

"한국은 외환보유고 대부분이 달러화이다. 미국이 달러 발행을 계속 늘린다면,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한국에 있는 엄청난 부(富)가 미국에 의해 사라지게 된다. 금 보유량은 미국이 8000t, 유럽은 1만t인데 한국은 55t뿐이다. 많은 달러를 금으로 바꿔놓는다면, 미래에 일어날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제임스 리카즈(James Rickards)는

출생
: 195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학력: 존스홉킨스대학 학·석사, 펜실베이니아주립대 JD·뉴욕주립대 로스쿨(LLM)

경력: 시티은행·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근무, 미국 국방부 금융 상담 고문, 탄젠트캐피털 전무이사·노스웨스턴대 방문교수

기타: CNBC·CNN·월스트리트저널·파이낸셜타임스 등에 경제 논평·칼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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