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 불교의 지혜를 담은 <벽암록>이라는 책에는 ‘남전참묘南泉斬描’와 ‘조주대혜趙州戴鞋’라는 두 가지 화두가 나온다. 승려 둘이 고양이 한마리를 놓고 서로 싸우는 광경을 보고 큰 스님인 남전이 ”누구든 이 고양이를 살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고양이를 죽이겠다”고 한다.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않아 스님은 고양이의 목을 쳐 버린다.
뒤늦게 절로 돌아와 이 소식을 들은 제자 조주는 스승 남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신발을 집어 머리 위에 얹은 채 방으로 들어간다. 이를 본 남전은 “조주가 있었다면 고양이를 살렸을 것을…”하며 탄식했다는 이야기.
대단히 난해한 화두다. 해설서들을 봐도 분명한 해석이 되어 있지 않지만, 오히려 ‘논리로 해석할 수 있다면 오히려 선불교의 화두가 아닐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무튼 신발을 머리에 얹는다는 것은 가치의 전도를 말하는 것이며, 이렇게 전도된 가치를 갖고(살생금지의 계율에 대한 금지를 깨 가면서) 누구에게 진리를 전달할 수 있겠느냐는 힐난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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