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November 12, 2012

초식직업과 육식직업

서울대학교 전기 및 정보공학부 성원용 교수님 글

14시간 전 서울 근처에서 · 
  • 무지무지하게 긴 글을 올린다. 내가 안식년 가있는 동안에 자연을 벗삼아 쓴 글이다. 사실은 결혼초에 인류학 전공의 아내가 힌트를 준 것이다. 내가 좀 발전을 시켰다. 복사해서 옮길 때는 저자이름도 같이하기 바란다. 어서 블로그를 만들어야 할텐데, 우선 facebook에서 지인들이 먼저 평을 하기 바란다.

    초식직업과 육식직업
    서울공대 전기 및 정보공학부 교수 성원용

    학생들을 보면 직업선택에 대한 고민이 많다. 우리 공대학생들은 의대나 치대로 갈까 고민하는 토론을 자주한다. 미국에서 보면 하버드나 MIT 학생들은 공부 열심히 해서 자연과학 계통의 박사를 받은 후 금융계로 가는 일이 많다. 지금 세계는 여러 가지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으며, 한국은 세대, 직업, 빈부 간 갈등이 많다. 초식과 육식동물이 공존하는 자연계에서 오늘의 위기를 해결할 지혜를 얻을 수는 없을까.
    자연계를 보면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있는데 사는 방법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난다. 초식 동물은 영양가가 적은 풀을 오랫동안 뜯어서 (장기적인 다량의 노동투하) 몸에 영양분을 축적한다. 육식동물은 이렇게 축적된 초식 동물의 살(고기)을 단숨에 낚아채서 먹어버린다. 초식동물의 입장에서 보면 허망하기 짝이 없지만, 육식도 초식 동물을 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근력과 머리를 쓴다. 오랫동안 천천히 쫓아다녀서는 잘 잡을 수가 없고, 사자나 하이에나처럼 떼를 지어서 작전도 짜야 한다. 그러면 육식동물은 나쁜 놈이고, 초식은 착한 것인가? 유치원생은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미국의 옐로우스톤 공원에서 늑대가 관광객들에게 위협이 되어서 늑대를 박멸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사슴의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고 나중에는 풀과 나무가 모두 황폐해졌다고 한다. 육식동물의 생태계에서의 역할이 있는데, 자원배분의 균형을 바로 잡아준다. 육식동물에게 먹히는 초식동물은 몸이 약하던가, 좋은 풀을 먹으려는 욕심에 육식동물에 너무 가까이 갔던가, 아니면 재수가 너무 없는 놈이다. 경계를 소홀이 않고 튼튼한 놈은 잘 안 잡혀먹는다. 그리고 육식동물의 개체가 너무 늘면, 초식 동물의 숫자가 줄고, 결국은 육식동물의 개체수가 주는 식으로 자연계가 적정 개체수를 유지한다.
    이제 사람 사는 얘기를 하자. 요즘 이공계 기피가 심한데, 왜 그러한가? 공대를 나와서 빨리 부자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대를 나오면 대부분 회사에 취직을 하는데, 그러면 모든 경제적 어려움이 해결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요즘 학생들은 똑똑하니까 안 그럴지 모르지만, 나는 그랬다. 과학원에서 석사 받고 졸업해서 금성사 들어갈 때는, 이제 집이 금방 잘 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집을 사려고 보니까, 월급을 몇 년을 안 쓰고 모아도 힘이 든다. 지금 연봉 5000만원 받아도, 수도권의 5억원짜리 아파트 사려면 10년을 모아야 한다. 왜 그런가? 회사원은 초식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안 그런 사람은 누구인가? 첫째는, 비정상적인 예지만, 사기꾼이다. 사기꾼은 (꾼 입장에서) 일이 잘되면, 어떤 사람이 몇십 년에 걸쳐서 얼마를 모았든, 단숨에 다 갈취해 간다. 정치가는 어떤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와서 죽자 사자 운동한다. 그런데 당선되면 소위 영달을 누리지만, 안되면 허탕이고 많은 경우 패가망신한다. 표범이 사슴을 쫒아가다가 결국 못 잡으니까, 혀만 들락날락하면서 기진맥진한 광경과 너무 흡사하지 않은가? 정치가는 장기간에 걸쳐서 노동을 모아서, 그 것의 축적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 아니다. 정치가보고 근면하라고 하면 뭐가 좀 이상하다. 우리 대통령은 이 점을 자랑하지만. 그리고 정치가의 역할이 무엇인가? 나라의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어떤 동네에 길이 없어서 불편한데, 정치가는 수천억원 또는 그 이상이 드는 투자를 자기가 하겠다고 공약을 한다. 당연히 자기 돈은 아니고, 세금 모은 것을 가져다 쓰는 것이다. 그러면 기업가는 초식인가 육식인가? 기업의 본연은 돈을 장기간에 걸쳐서 모으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농사짓는 것이겠고, 공산품 생산이라는 것도 일년 365일 쉬는 시간을 줄여서 일을 해야 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기업인은 초식으로 분류된다. 물론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바보같이 단순한 일만 해서는 안 되고, 특허도 내고 머리를 써서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이제 의사, 법조인, 벤처기업인, 금융투자인 등 다른 직업인을 보자. 우리나라 공대생들이 의사를 좋아하는 까닭은 아주 간단하다. 대부분 의사는 돈을 잘 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무슨 슈바이처 박사 같은 고상한 생각을 해서가 아니다. 그렇지만 의사는 기본적으로 근로에 비례하는 수입을 얻는다. 의사가 남이 못 고치는 부자를 치료하며, “내가 당신의 병을 고쳐주면 재산의 10%를 주시오“ 했다면 아마 면허 박탈당할 것이다. 이것이 의사가 육식이 아니라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이다. 육식이라면 어떤 사람이 장기간에 걸쳐 축적한 것을 가져올 수 있어야 하는데 의사에게는 그것이 허용이 안된다. 단지 초식 중에서도 좀 안전하게 풀을 먹는다는 정도이다. 그러면 법조인은 어떤가? 내가 아는 변호사는 땅이 엄청 많은데, 대부분 수임료로 받은 것이다. 문중에는 조상 때부터 내려오는 산이나 토지가 많은데, 종종 종가집의 자식이 그 것을 몰래 팔아먹는 경우가 있다. 나중에 그 것을 알게 된 문중에서 소송을 거는데, 아무도 변호사 의뢰할 돈을 내놓을 처지가 안된다. 그러면 문중에서 변호사 찾아가서 성공보수로 땅의 몇 할을 주겠다는 계약을 하고 변호를 부탁한다. 그래서 그 재판에 이기면 변호사도 땅의 얼마를 받으니, 이는 그 문중의 조상들이 수대에 걸쳐서 모은 근로의 결과를 짧은 기간에 떼어가지고 온 것이고 전형적인 육식동물의 습성인 것이다. 검사는 어떤가? 검사는 월급쟁이이지, 본인이 일을 열심히 한다고 돈을 갑자기 벌 일은 없으니 초식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검사는 대표적인 육식인 정치인의 일을 처리해서, 초식의 왕인 코끼리라 생각할 수 있는 재벌총수도 잘못하면 혼내줄 수 있으니 모든 초식이 두려워한다. 마치 라이언 킹에서 심바의 적인 스카가 거느리는 하이에나의 역할을 보면 잘 이해가 될 것이다. 검사가 온다하면 호의를 베푸는데 마다 않는 재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떡값 검사나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지는 것인데, 결국 초식은 아무리 힘이 세도 육식이나 그 대리인을 무서워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위에 땅이 많은 변호사 같은 경우는 언제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돈이 있는 곳 일수록, 즉 덩치 큰 초식의 경우는, 변호사를 시간제 임금으로 고용하던가, 아니면 재벌회사 같이 법률팀을 두고서 월급제로 고용을 한다. 벤처기업인은 어떤가? 내 주변에는 벤처기업을 창업해서 코스닥에 상장을 시켜서 큰 돈을 번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 회사들 코스닥에 올라갈 때 보면 회사의 이익이 아주 쥐꼬리만하다. 그런데 증권시장에 올라가서 주식이 유통이 되면, 맘만 먹는 다면 주식을 팔아서 큰 돈을 번다. 짧은 시간에 큰 돈을 번다는 속성이 육식동물에 가깝다. 그런데 벤처 기업은 이익이 난 시간도 얼마 안되는데 어떤 축적된 것을 먹는다는 말인가? 바로 과거가 아니라 미래이다. 증권시장에서 어떤 회사의 주식을 거래할 때는 이 회사가 앞으로 성장을 하고, 또 계속 이익이 증가될 것을 기대하고 주가가 정해진다. 예를 들면 지금 시중의 금리가 5%인데, 어떤 회사의 이익이 100억원이라면, 이 회사의 주가는 설사 회사가 성장을 안 하는 경우에도 100억원 곱하기 20해서 2000억원에 해당한다. 앞에서 20은 금리의 역수이다. 회사가 성장하는 경우는 당연히 더 커진다. 따라서 그 회사의 지분 30%를 가지고 있다고 할 때 이 벤처기업인은 맘만 먹으면 600억원의 돈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즉, 주식을 상장시켜서 빨리 돈을 버는 벤처기업인은 육식동물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IT 버블시에 보았던 것처럼 기대처럼 그 기업의 이익이 지속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경우이다. 꼭 벤처기업 뿐만이 아니라, 어떤 곳에 음식점 내서 성공시킨 후에 권리금 받고서 파는 경우도 같은 원리가 적용이 되는 것이다. 어떤 음식점을 장기간에 걸쳐서 운영해서 그 이익으로 먹고 살면 초식동물이고, 미래의 수익을 권리금으로 바꾸어서 받고서 빠져나가면 육식동물이다. 남의 돈을 관리하면서 돈을 버는 펀드매니저 등 금융산업 종사자는 어떤가? 남의 펀드를 관리하면 그 맡은 돈에 따라서 수수료가 떨어진다. 즉 어떤 부자가 돈을 맡기면, 그 때부터 그 부자의 재산의 일부가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 때 절대로 펀드매니저가 몇시간 일을 했느냐에 따라서 그 수수료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즉 그 펀드매니저의 수입은 고객의 재산 (과거 이익의 합)에 비례하게 된다. 따라서 서로 합의에 의한 관계지만, 기본적으로 상대방 재산의 일부를 가져간다는 면에서 유사하고, 육식동물로 판정한다.
    이제 자기의 직업 선택에 대한 질문이다. 초식이 좋은지, 육식이 좋은지. 물론 일률적인 대답이 있을 수 없다. 고기를 먹는 것은 유혹적인 일이다. 그렇지만 자연계에서 육식의 사냥솜씨가 아무리 좋아도 일년에 초식이 축적하는 고기의 양보다 더 많이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즉, 육식직업의 크기는 초식직업 크기의 몇 분의 일을 넘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육식은 불안정한 것이다. 일예로 사냥꾼과 목동을 보자. 직업의 성격상 사냥꾼은 육식이고, 목동은 초식이라는 것을 이제 이해할 것이다. 인간은 사냥대신에 목축을 선택하였다. 능력은 출중한데 재산이 없는 젊은이는 육식직업에 끌릴 것이다. 현대 사회는 본인의 능력만 있다면, 앞의 벤처기업가나 펀드매니저의 예가 보여주는 것처럼 미래의 재산을 당겨서 쓰던가 남의 재산을 공유할 수가 있다. 물론 부작용을 주의해야 하는데, 능력도 없으면서 미래의 재산을 당겨서 쓰다가 한국은 카드대란, 미국은 금융위기에 빠졌다. 어떤 젊은 사람들은 부모가 돈이 없다고 불평을 하는데 (이 경우 자식은 부모에게 육식동물이다), 스스로를 무능력하다고 하는 자백이다. 왜냐하면 육식직업을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다.
    끝으로 초식과 육식 직업인이 경계해야 할 것을 생각해보자. 초식 직업인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영양가 없는 것을 경멸하고, 영양가가 높은 고기를 먹고 싶다는 것이다. 나라의 젊은이 들이 월급이 적은 근로를 마다하면, 결국 산업이 공동화된다. 그리고 영양가 높은 것을 찾다가 정경유착에 빠지던가, 과도하게 주식놀음에 빠지게 된다. 정경유착하면 과거 재벌들 생각하겠지만, 지금도 어려워지면 중소기업인, 노조, 농민단체에 이르기까지 정부 지원이 적다고 핑계되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가 노조 대의원수를 줄이겠다고 법제화를 시켰지만, 제대로 시행이 안 되는 까닭이 고기맛을 한번 보면 풀 먹는 것이 바보짓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인이 회사를 상장시키고 나서는 매일 모니터의 주식시세만 바라보는 것도 비슷한 것이다. 그리고 육식 직업인이 가지는 문제는 떡고물을 내손에 많이 묻혀서 부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정치인이나, 법조인, 금융인의 손에서 다루어지는 재화의 양을 따지면 때로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 기회를 자기의 개인적 치부와 연결시킬 때 문제가 생긴다. 야생에서 뚱뚱한 사자를 상상해 본적이 있는가? 육식동물은 영양가 있는 고기는 먹지만, 뚱뚱해서는 생존할 수가 없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육식동물의 역할을 맡은 정치인, 법조인, 금융인들이 남보다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데서 생긴다. 초식직업은 시간이 가야만 부자가 되는 것이니 소위 초년고생이고, 육식직업은 권력을 가지고 자원을 분배하지만 스스로 큰 부자가 되려면 도태가 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나면 감옥가는 사람이 많은 것이 다 이 때문이다. 어떤 직업도 모든 것이 다 좋을 수는 없으며, 잘 보면 모순이 숨어있는 것이다. 초식은 부자가 되는 것이 허용되지만 영양가 없는 것을 부지런히 먹어야 하고, 육식은 영양가 높은 것을 먹을 수 있지만 살이 찌면 안 된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어떤 경우에도 초식동물이 평균적으로 찌는 살의 양보다 더 많은 양의 고기를 육식동물이 먹으면 자연계가 유지될 수 없다. 옛말에 “농자 천하지 대본”이라 했는데 이 뜻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육식직업의 과도한 번성을 주의해야 한다. 학생들의 직업 선택에 있어서 이런 자연계의 건강한 긴장관계가 참고되기를 바란다.

    <이 글을 복사해서 다른 곳에 게시할 때는 본 저자의 소속과 이름도 같이 넣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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